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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칼럼] 미디어 속의 인권 / 박진우

날짜:2020-09-02 12:44: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미디어 속의 인권


박진우|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장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인권센터에서는 7월부터 인권과 혐오 표현을 둘러싼 이슈를 다루는 연속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필자 역시 그 한 부분을 담당하여 미디어 속의 인권과 혐오 표현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진행하였다사실 이 문제는 우리가 인권과 배제혐오 표현의 문제를 다루면서 어쩌면 부차적인 것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은 주제이다언론 속의 혐오표현이라니적어도 한국 언론이 명시적으로 대놓고 그런 표현들을 전달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그렇지만 차별 의식과 배제의 일상화그리고 혐오 표현의 확산이라는 문제를 놓고 보면 언론의 역할은 결코 부차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다.
 
사실 강의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은 결국 일상적인 인권 의식의 함양을 위해 우리 언론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불행하게도 현재 한국 언론이 처해 있는 경제적인 상황이나 구조적 맥락을 고려한다면언론은 일상적인 혐오와 차별 의식을 한층 증폭시키는 확산 기제로 기능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정치인이나 사회 주요층이 무분별하게 내뱉는 혐오의 표현들은 곧장 따옴표 속의 기사로 변모하고그것 자체로 다시 댓글이나 공유를 통해 혐오 표현의 떡밥으로 기능한다클릭수 유도를 위해 언론사가 은근히 이러한 표현들을 부추기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인권과 차별 의식의 일상화 문제를 고민하는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보도 앞에서 고심하게 될 것이다그런데 과연 현재의 언론계 풍토는 이러한 고심이 대안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주고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없는’ 격심한 노동 환경에 내몰린 언론인들이 과연 얼마나 일상적으로 혐오 표현과 인권 침해의 목소리들을 걸러내고 배제할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일상 속의 인권 침해나 혐오 표현은 반드시 악의를 갖춘 특정 소수 집단에 의해서만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그러니까 누구나 어쩌다 보니 그저 가벼운 농담처럼 혐오 표현을 저지르게 된다심지어 그것이 인권 침해와 혐오 표현이라는 것 자체도 의식하지 않거나 혹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이 특정 피해자나 집단에 대한 호불호혹은 정치적 찬반의 정서와 결합하게 되면 폭발적인 혐오 표현의 확산이 벌어지는 것이다언론인들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메커니즘 속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적극적인 인권 침해와 배제의 표현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인권 보호를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정말 많다하지만 지금껏 그보다는 언론이 스스로 인권 보호를 내팽개친 사례들이 더 많았다는 게 불행일 따름이다최근 벌어진 미투 사건을 둘러싼 공방은 여전히 뜨겁다그 속에서 정치적 찬반을 다투는 의견들의 공방은 언론사 내부의 심각한 갈등을 낳기도 한다후배들의 반발에 논평을 게재하지 못한 논설위원혹은 미투운동 관련 보도로 사내 징계에 처한 기자들의 사례들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의 국면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한국 언론은 지금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논의에 직면해 있다하지만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한 것일지 모른다인권 의식의 함양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대한 반대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보도에 임하는 것가장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그럼에도 가장 구체적인 실천의 과제이기도 하다.

물난리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창궐그리고 다가오는 가을을 맞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모두 심기일전하면서 새로운 고민의 장을 열어 보자.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