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활동

Home > 센터활동 > 성명논평 · 칼럼

성명논평 · 칼럼

[논평] 소수자 혐오를 확산하는 언론, 부끄럽고 참담하다

날짜:2020-05-13 14:29: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1. 소수자 혐오를 확산하는 언론, 부끄럽고 참담하다



  긴 연휴 이후 다시 시작된 코로나 감염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5월 7일자 국민일보의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단독 기사는 방역 대책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흐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 


  위 기사는 클럽명 이외에 불필요한 '게이'라는 클럽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공개하고 이곳을 다녀간 66번 확진자의 거주지역과 직장 정보까지 기재하며 특정 확진자를 '아웃팅(Outing:성 소수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것)'하는 상황까지 야기하였다. 이 기사를 시발점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기사들이 잇달아 재생산되었고 이는 또다시 성소수자와 연관되는 동선의 정보를 기사의 소재로 삼는 등 성소수자를 더욱 음지로 내몰며 사회적인 비난을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정보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확진자의 신상을 추정할 수 있는 동선보다는 방역에 필요한 방문 장소 및 시간 위주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자처하는 언론이 나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는 것은 정말 참혹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로 인해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만들고 방역당국이 빠른 대처로 감염확산을 막는데 어려움을 주었다. 서울시에서 이태원 클럽관련 접촉자에 대한 익명 검사를 시행한 후 검사를 받은 사람이 두 배정도 늘어난 것을 보면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가진 사회적 분위기가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이태원 클럽관련 감염 확산의 본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시점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도가 높은 밀집된 클럽에서 확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무증상, 경증상 위주의 젊은 층이 감염 위험과 확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태원 클럽 집단 발병 원인에 대해 1~2명이 이번 유행을 다 전파했다고 보지 않으며 근본적인 요인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탓이라고 말했다. 즉, 이태원 방문자들 사이에서 산발적으로 퍼져있던 감염된 확진자들 중에서 66번 확진자가 최초로 확진발표가 되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언론은 첫 확진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성소수자들을 더욱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그들이 아직 우리사회가 감염병에 대한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긴장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하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마치 확진자가 감염의 전파를 주도한 것처럼 인식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들의 개인적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사회적 약자집단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그 사회의 인권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아웃팅'은 그들을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고 벼랑으로 몰아넣는 행위이다. 이번 논란의 기폭제가 된 국민일보의 기사는 결국 비난을 받으며 일부 수정이 되었으나 '연락 끊고 검진 피하고... 이태원 클럽 감염, 신천지와 닮아' '소수자 인권 보호에 막힌 코로나 방역' 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맥락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하며 언론의 역할에 대해 자성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성소수자들의 상처와 불안감은 아직 여전하다.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이태원 클럽관련 접촉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해서 코로나감염 확산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아웃팅에 대한 불안감 없이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의료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의 분위기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함을 보여야 하며 적극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자발적 검사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그들이 사회적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였음을 반추해보아야 한다. 언론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얼마나 위험하고 부끄러운지, 그 혐오가 오히려 공동체의 안전과 상생을 가로막는 요소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20년 05월 13일

언론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