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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칼럼] 코로나19 이후, 언론은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나 / 윤여진

날짜:2020-04-22 14:34: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코로나19 이후, 언론은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나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이사  



지난 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에 치러졌음에도 66%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과는 집권여당이 압승했고 앞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언론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국난극복과 경제위기 타개라는 엄중한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월 20일 첫 확진자 이후 100일 넘도록 매일 발생한 확진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다른 나라 는 몇 명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되고 있다. 한 번의 사건으로 여겨졌던 것이 늘 존재하는 생활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코로나19의 전염성으로 건강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IMF보다 더 고통스럽게 삶을 위협하는 경제적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층 건강 약자들을 위협했다면, 그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는 실업자, 일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알바 청년,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게 생존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문제를 넘어 경제문제, 정치문제, 사회문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구화된 전염병이 비정상이 아니라 마치 정상인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작동시키면서 우리의 공공의료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졌고, 코로나 19 방역 결과가 사회적 불안과 혼돈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짚어볼 문제가 있다.

 

얼마 전 프랑스의 한 언론인이 우리나라의 정부 주도 방역 시스템에 대해 사생활 침해, 감시와 밀고의 나라라고 평가한 바 있다. 성공적 방역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다수 일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한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언제까지 정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재난지원금을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지급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고용을 통해 국민의 생활이 유지되고 국가가 복지 제도를 통해 여기에서 탈락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체계가 근대 복지국가의 기본 틀이다. 하지만 시장과 기업이 개인의 고용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새삼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전염병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상존하는 현재에서 국가의 역할, 민주주의의 진화라는 새로운 의제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언론은 눈앞에 펼쳐지는 정치적 논쟁을 보도하기에 바쁘다.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국민 전체로 할 것이냐 일부로 할 것이냐 같은 주제는 매우 첨예하고 또 중요하다. 하지만 이 이슈가 지나고 나면 언론은 또 다른 이슈를 좇아 그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현상을 보도하는데 급급하고 자신도 모르게 위험을 증폭시키는 불나방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직면한 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이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