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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파리바게뜨의 투쟁과 차별금지법제정촉구 농성 외면하는 언론

날짜:2022-05-26 17:20: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파리바게뜨의 투쟁과 차별금지법제정촉구 농성 외면하는 언론

 


519일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부당노동행위 중단 및 사과,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을 53일 만에 중단했다.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긴 싸움을 위한 단식 중단이었다. 그러나 이 길고 긴 싸움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59일 한 시민의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알려진 이후이다. 328일 임종린 지회장이 단식을 시작한 이후 해시태그 운동이 있기 전까지는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MBC 정도가 다루었을 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해시태그 운동 후 보도양이 늘기는 했지만 그동안 무관심했던 대다수의 언론들은 농성 중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앞으로의 쟁점이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분석적인 기사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일부 매체에서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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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SPC 파리바게뜨 노노 갈등 후폭풍에 가맹점주 뿔나(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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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째를 맞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대표와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의 '차별금지법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 역시 일부 언론의 주요 의제에서 벗어나 있다. 411일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후 빅카인즈를 통해 108건의 관련 기사가 검색되는데 그 가운데 조선일보 1, 동아일보 0, 중앙일보 3건으로 그나마 조선일보의 기사는 국회관련 기사에서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차별금지법이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요하는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대립이나 갈등이 있을 때만 반짝 보도하는 것에 그치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분석이 부재한 언론의 보도행태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가 15년 만에 처음 열린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그동안 언론이 적극적으로 공론장의 역할을 했더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특별한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보장된 권리 속에서 노동하고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이 받아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스스로 의제설정의 기능을 놓아버릴 때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들이 마치 주변부의 이야기가 되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행위로 프레임을 만든 것처럼 SPC의 투쟁을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노동권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외면하려고 하는 언론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기업의 보도자료에 기대어 손쉽게 보도하는 행태는 문제의 본질을 언론이 나서서 감추도록 하는 것이다. 언론은 쉽게 드러나 보이는 소위 '권력중심'의 의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차별적 권리'의 문제에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 더 복잡해지고 있는 산업의 변화 속에 노동의 문제를 취재하고 의제를 제기해야 한다. 여성, 난민, 하청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이웃의 문제는 단순한 논란거리가 아니다. 그들이 차별받는 사회구조를 파헤치고, 그들의 권리가 확장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