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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디스패치 수준으로 전락한 언론, 2차 가해 행위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날짜:2021-10-21 00:58: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디스패치 수준으로 전락한 언론, 2차 가해 행위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지난 82018 평창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와 팀 동료들을 험담한 내용 등이 포함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의 개인 메신저 대화 일부가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됐다. 본 내용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 13년형을 받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재판 중 피해자인 심 선수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확보하여 디스패치에 제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런 고민 없이 해당 내용을 공개한 디스패치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소셜네트워크 기반 뉴스서비스 위키트리는 끊임없이 심 선수의 사적 대화를 인용하며 이미지 무너진’, ‘부적절한 관계 논란’, ‘동료 뒷담화 논란’, ‘충격적인 카톡 대화 공개등을 제목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위키트리는 이러한 콘텐츠가 개인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디스패치] "평창 금메달 창피해" 심석희, 국가대표 조롱 논란(2021.10.12.)

 

디스패치가 공개한 심 선수의 메신저 내용에는 선후배 비하, 팀 동료, 코치를 험담한 내용 등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온라인 공간의 빠른 확산속도와 당사자를 향한 무분별한 공격 등을 고려했을 때 디스패치와 위키트리는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리의식을 갖고 보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쓰고 사건을 자극적으로 편집하여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단어들을 강조해 기사 제목으로 삼거나, 메신저 내용을 일일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해당 내용의 취득 경로, 당사자의 동의 여부, 언론 보도로 인한 2차 피해 유무 등 다각도의 방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중앙일보] "최민정 토나와""김아랑 XX" 심석희, 동료 비하 충격문자(2021.10.08.)

[서울경제] '토 나와'·'XX'심석희, 동료 비하·욕설 문자 '파문'(2021.10.08.)

[동아일보] “토나와, XX”심석희 '응원-동료 조롱' 뒷담화 논란(2021.10.08.)

[이데일리] "김아랑? X이라 그래"심석희, 동료 비하 메시지 논란(2021.10.19.)

 

디스패치의 무책임한 폭로와 이를 윤리적 고민 없이 받아쓰는 언론 보도로 인해 심 선수의 성폭력 피해를 의심하는 여론까지 등장했다. 조 전 코치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그는 명백한 가해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메신저 속 자극적인 표현에만 집중하며 피해자의 피해자 다움을 강조하며 선수 개인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YTN] 심석희의 두 얼굴? 조재범의 복수?...'고의 충돌' 의혹 총정리(2021.10.14.)

 

쇼트트랙은 선수 폭행, 비리, 한체대/비한체대 간의 파벌싸움, 성폭력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왔다. 그럴 때마다 체육계와 빙상연맹은 구조적 쇄신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된 점을 찾아볼 수 없고 새로운 문제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엘리트 체육, 파벌, 체육계 구조의 문제를 짚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의제를 던지고 이끌어가야 한다.

 

현재 언론은 스포츠계 문제를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접근하며 단발성 보도만 생산하고 있다. 디스패치가 던져준 사생활 침해, 2차 가해성 정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쓰는 언론은 디스패치 수준으로 자신의 역할을 떨어뜨리고 있고, 스스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대하는 언론은 열심히 취재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론은 스포츠계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고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과 개선안이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감시의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