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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미성년자 ‘괴롭힌’ 조주빈이 아니라 ‘디지털 성착취 사건’이다

날짜:2021-10-15 14:00:28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미성년자 괴롭힌조주빈이 아니라 디지털 성착취 사건이다

 

지난 14일 미성년자 성착취 및 온라인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조주빈에게 징역 42년이 확정됐다. 다수 언론은 대법원의 선고 내용을 보도하며 여전히 괴롭힘’, ‘악마의 범죄등의 표현을 기사 제목으로 사용하여 강력범죄의 심각성과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대법원은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론이 앞장서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언론의 반성을 촉구한다.

 

[JTBC] 미성년자 괴롭힌 '박사방' 조주빈, 징역 42년 확정 (2021-10-14)

[KBS] 조주빈 징역 42년형단죄, ‘악마의 범죄근절 계기돼야 (2021-10-15)

 

이러한 지적에 대해 괴롭힘의 사전적 정의인 가까운 관계의 사람이 상대편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주어 학대하는 행위로 판단하여 법률용어인 성적 괴롭힘’, ‘직장내 괴롭힘과 같이 썼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 괴롭힌조주빈에서 사용된 형용사적 표현인 괴롭힌은 법률적으로 사용된 명사 괴롭힘과는 다르며 대상의 행위를 꾸미는 표현에 불과하다.

 

또한 괴롭힘은 보통 대중적으로 폭력보다는 덜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학교 폭력으로 정의되는 보통의 사건적 의미는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에 입각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나 쓸법한 너 쟤 괴롭혔어?’는 아직 폭력의 단계를 확정 짓지 않을 때 사용되는 말에 가깝다. 따라서 기사에 사용된 괴롭힌이라는 표현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대중적 인식을 고려해야 한다.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라는 명확한 범죄명을 지우는 것은 범죄행위를 축소하는 일일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범죄가 만연해있다.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피해에 대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과 제도는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현실이다. 언론의 역할은 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 법과 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지우고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강력범죄, 성범죄 보도에 있어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가리는 용어 선택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JTBC 보도의 헤드라인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할 수 없는 단어들로 즐비하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살인 이벤트라고 보도하는 등 범죄의 심각성을 전혀 알리지 못하고 있다. 국제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미국의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생들의 교사 폭행 사건은 선생님 때리기 챌린지’, ‘몹쓸 챌린지등으로 보도하여 SNS 내 장난스러운 행위로 사건을 단순화시킨다.

 

[JTBC] "선물 숨겼어"여자친구 보험금 노린 10대들 '살인 이벤트' (2021-10-11)

[JTBC] 대화하다 ''미국서 '선생님 때리기' 몹쓸 챌린지 확산 (2021-10-09)

 

범죄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언론이 가해자로 단정 지어 표현하거나 명확한 범죄명을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범죄 행위를 이벤트등의 표현으로 보도하는 것은 독자들이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정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사건 현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사용한 범죄 방식을 살인 이벤트로 보도하는 것은 피해자를 배제한 채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도한 것이다.

 

언론 스스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 ‘인권보도준칙’,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등 다수의 권고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왔다.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일일이 지적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자극적인 보도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많은 가이드라인이 무용지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사건 전달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