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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온라인 여초, 남초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는 취재 행태를 멈춰라

날짜:2021-06-03 13:29: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온라인 여초, 남초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는 취재 행태를 멈춰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검증이나 취재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 보도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커뮤니티 게시물은 작성자의 신원을 전혀 알 수 없으며, 정확성도 검증되지 않은 이용자의 의견에 불과하다. 기자는 정보 검증과 게시자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현 보도 행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여초, 남초로 나뉜 커뮤니티 인용 보도는 마치 성별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처럼 언급되어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 얀센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이 있었다. 하루 만에 90만 명의 예약이 끝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반응을 다룬 기사 몇 편이 큰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 예시로는 중앙일보의 "얀센 먼저 맞으면 나라 뒤집히나" 여초서 남녀차별 논란”(2021.06.01)와 세계일보의 얀센 접종 남녀차별불만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혔겠지”(2021.06.01.)가 있다.

 

두 기사가 보도된 이후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군대에서 나라 지킨 남자들이 이 정도도 못 맞느냐”, “그러면 너네도 군대를 갔다 오지 그랬냐”, “좋은 건 지들 먼저 하고 싶고 그동안 숱하게 봤던 여자들 모습이다”. 하지만 이후 여초 커뮤니티 안에서도 이용자들이 얀센 접종이 남녀 차별이라는 의견을 처음 봤거나 미국이 백신을 지원한 대상이 한국군이라는 사실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실제로 여초 커뮤니티 내부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일부 의견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여성시대는 회원 수만 약 80만 명, ‘쭉빵카페는 약 160만 명이다. 이 중 누군가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기자가 이를 포착하여 보도했다면 기자는 결백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어졌겠지와 같은 자극적인 말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젠더 갈등을 키우는 일일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동이나 날조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4, '소년병 징집' 국민청원 보도는 취재원 없는 커뮤니티·국민청원 받아쓰기 보도의 대표적인 예이다. 커뮤니티 글쓴이는 "여성 징병과 소년 징병 대결 구도를 만들자""여성 징병을 해야 하는지 문제보다, 여성과 소년 징병 중 어떤 게 더 타당한가로 프레임이 짜지면 여성 징병이 당연한 흐름으로 간다"고 글을 올렸고, 이는 사실 확인 조차 없이 그대로 기사화되었다.

 

국민청원을 도구로 삼아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고 불필요한 논쟁을 유도하려는 커뮤니티 집단을 어떠한 의심이나 검증 없이 보도하며 논란의 판을 키운 것이다. 언론은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기사화할 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최근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기하는 남성 혐오(남혐) 논란을 보도할 때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남혐 논란집게손가락 논란이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잡는 듯한 모양은 2015~ 2017년 존재했던 사이트 메갈리아의 상징과 닮았다며 남초 커뮤니티로부터 남혐이라 지적받기 시작했다.

 

남초 커뮤니티의 문제 제기는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팩트 체크도, 취재도 없이 그저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을 받아쓰는 것에 급급했다. 논란 속보경쟁이었다. 단체나 회사에 타격이 클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담지 않은 기사도 존재했다.

 

[중앙일보] "경례 누가 저렇게 하나" 이번엔 국방부 '그 손가락' 논란(2021.05.25)

[아시아투데이] ‘고추맛글자 위에 그 손가락랭킹닭컴 남성 혐오논란(2021.05.25)

 

언론이 남혐 논란’, ‘남혐 손가락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남초 커뮤니티의 의견은 공론장으로 나왔다. ‘집게손가락 논란을 모르던 사람들도 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남혐 손가락이미지를 썼다고 지적받은 GS리테일, 카카오뱅크, 국방부, 랭킹닭컴 등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이미지를 수정했다. 결국 개인과 사회는 집게손가락 하나에도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집게손가락을 남혐 손가락으로 만든 것은 언론이었다.

 

2021,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은 격렬해지고 있다. 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고 부채질까지 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언론이다. 취재도 팩트체크도 없이 익명성을 기초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아 자극적인 소수 의견과 일방적인 문제 제기를 보도하는 것은 직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책임한 일이다. ‘젠더 갈등은 절대로 하루 아침에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취재 행태를 반복한다면 논란갈등은 깊어질 뿐이다. 언론은 온라인 여초, 남초 커뮤니티 내의 현상만을 보도하는 행태를 멈추고 다각도로 사안을 취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