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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언론의 품위 없는 언어, 표준이 될까 무섭다

날짜:2021-05-13 13:26: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언론의 품위 없는 언어, 표준이 될까 무섭다

 

언론 보도는 어느 누가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특정 세대, 연령만이 이해하는 기사는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없다. 일부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사는 특정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쓰인 글과 다를 바가 없다. 언론은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 선택을 통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써야 한다.


기사 작성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쉬운 단어를 선택해 간결하고 명료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은어, 약어, 유행어 등은 상황 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을 피해야 한다. 기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독자들에게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독자 중 일부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기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기사들을 보면 이러한 기본 원칙을 포기한 듯 보인다. 몇몇 기사는 독자가 단어를 따로 검색해 뜻을 찾아봐야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주식, 가상화폐와 관련된 은어와 신조어를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절', '따상', '떡상' 등의 표현 등이 투자자 커뮤니티 내에서 쓰인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표현이 최근 주식과 코인 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퍼졌다. 경제 뉴스에서도 은어와 신조어가 공공연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도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주식에 관심이 없거나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신조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 기사의 제목부터 이해하기가 어렵다.


[중앙일보] 여당도 이성윤 손절? 법사위 간사 백혜련 "스스로 결단해야" (2021.05.12)

[SBS 뉴스] "20개에 11만 원" 일회용 케첩 몸값 '떡상'한 이유 (2021.04.16)

[한겨레] ‘물백신비아냥 듣던 러시아 스푸트니크V’, 왜 인기 떡상했을까 (2021.02.13)


신문 윤리 강령 제7조는 언론인이 품위를 갖추고 저속한 언행을 하지 않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신문 윤리 실천 요강 제1조 제4항에서는 지역, 계층, 성별 간 갈등을 야기하는 차별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됨을 명시하고 있다. 저속한 언행, 갈등과 차별을 야기하는 표현을 지적하고 이를 바꿔나가야 하는 언론인이 거꾸로 이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린이대신 입문자’, ‘초보자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존버라는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기자들은 대체할 단어에 대한 고민 한 번 하지 않고 SNS 상의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으름이 어떠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연합뉴스] "떡락해도 존버"코인에 올인한 젊은 초상(2021.04.15)

[세계일보] [기자가만난세상] ‘코밍아웃이 두려운 사람들(2021.05.03)

[한국경제] '코린이날' 업비트 거래대금 40조원암호화폐 시장 폭주(2021.05.05)

[중앙일보] 발목 접질린 산린이방치 땐 관절염 생겨, 약침 맞아야(2021.05.08)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던 표현들이 무의미하게 기사에 인용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줄여서 사용하기 시작한 줍줍’, ‘얼죽아등 단어에 함축된 뜻을 모르면 문맥을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이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기사의 내용과 관련 있는 것처럼 쓰이지만, 정작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삭제해도 무방하며, 단순 신조어 사용의 남발 그 이상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 ‘길 막은과 같이 조사 하나만 붙여도 표준어가 되는데 굳이 길막이라는 줄임말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 심지어 명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들이 신조어만 나열된 기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얼죽아기자의 플라스틱 프리도전기···시작부터 우당탕탕 (2021.01.29)

[JTBC] 수에즈 운하 '길막'에 시간당 4500억원 물류 지체 (2021.03.27)

[뉴시스] 빅히트 줍줍한 개미'낚시글'에 롤러코스터 (2020.10.19)


언론의 언어는 공적 언어이기 때문에 SNS 상의 언어와는 달라야 한다. 보도를 접한 이들은 언론의 언어를 규범적인 언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입사를 위해 필요한 자격증 중 하나가 < KBS 한국어 능력시험 >이다. 기자들에게 뛰어난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언론사가 존버떡상’, ‘얼죽아를 제목에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는 건 모순적이다. 언론은 이제라도 공적인 언어의 품위를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