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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언론은 ‘이대남’ 신조어 만들 시간에 청년을 만나라

날짜:2021-04-29 13:27: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언론은 이대남신조어 만들 시간에 청년을 만나라


최근 이대남이라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을 장악했다. ‘이대남이십대 남자를 줄여 말하는 것으로, 4.7 재보궐선거 이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7,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표심잡기에 바빠졌다. 여당은 이대남 공략을 위해 역차별 문제에 집중하면서 군가산점제와 남녀평등복무제 등을 발의했다. 야당은 한술 더 떠 이대남에게 구애하기 위한 안티 페미니즘적인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대남여론을 만들고 그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한 건 언론이다. 언론은 보궐선거 이후 이대남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십대를 세대, 성별로 구분하여 프레임 씌우는 것은 그들이 모두 동일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졌다고 단정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십대 남성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이십대 남성 모두가 역차별에 분노하며 반 페미니즘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여겨진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세대, 성별 갈등이 아닌 체제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역차별 해결정책에만 집중한다.


정치권이 헛발질을 계속하는데, 언론은 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언론은 실현 가능성 없는 이대남 구애 정책을 국민적 논의의 장으로 올리는 쓸데없는 역할을 했다. 그중 하나인 군가산점제 관련 법안은 여성뿐만 아니라 군대를 갈 수 없는 모든 남성에 대한 차별까지 이어질 수 있다. 1999년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제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시대를 거슬러가는 정책이 마치 청년들의 요구인 양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여야가 퇴보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언론은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무비판적으로 이를 받아썼고, 그 결과 청년 문제는 성별 갈등으로만 치환되었다.


지금까지 언론은 정치권의 이대남 구애 발언과 정책을 받아쓰기하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의견을 각각 덧붙이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젠더 이슈에 있어서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언론은 중립적인태도를 깨고 정치권의 안티 페미니즘적인 발언과 이대남 구애 정책이 차별과 혐오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현상 보도를 넘어 불공정을 생산해내는 구조의 문제점을 보도해야 한다. ‘이대남이 포함된 청년층은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계층 격차를 겪고 있는 세대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인용하기에도 민망한 말이 되어버렸다. 청년층이 겪는 불공정은 부동산, 취업, 교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나타나고 있다. 이때 구조를 지적하고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며 이끌어나가는 것은 결국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언론의 게으른 취재와 정치인의 인기영합 정책이 만나 청년층의 '진짜' 문제는 이대남에 가려지고 말았다. 언론과 정치인이 '이대남'에만 매몰된 채 사회를 바라보는 동안 청년들은 불공정한 사회 구조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언론은 정치권의 공허하고 실체 없는 정책들을 받아쓰기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청년의 입장은 무엇인지 취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