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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누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나 -불가리스를 코로나 치료제로 만든 한국의 코로나 저널리즘-

날짜:2021-04-16 19:21:29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누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나
-불가리스를 코로나 치료제로 만든 한국의 코로나 저널리즘-  

한국 언론은 코로나 시국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속보 경쟁 아래 팩트 체크 없이 보도에만 급급해 논란을 일으키기 일쑤였다이런 한국 언론의 코로나 저널리즘은 이번 주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궜던 남양유업·불가리스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 박사는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77.8%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발표했다반응은 폭발적이었다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고남양유업의 주가는 한때 전일 대비 28.6%(48만 원대올랐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동물 세포 단계에서의 실험 결과였다질병관리청은 인체 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실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며칠 지나지 않아 남양유업이 심포지엄의 임차료를 지급했고 심포지엄 홍보자료를 배포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결국 코로나를 이용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홍보전은 식약처의 고발과 남양유업의 사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남양유업이었을지 몰라도 상황을 키운 건 바로 언론이었다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좋다는 소식은 일부 언론사의 심포지엄 발표를 받아쓰기한 기사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가 자사 제품에 대해 발표한 것이었던 만큼다양한 취재원으로부터의 팩트체크가 꼭 필요했다그러나 질병청의 입장도전문가의 의견도 싣지 않았다연구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당연히 없었다연구 대상이나 연구 방법이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기사는 하루가 흐른 뒤에야 나왔다이미 주가가 치솟고 제품이 품절된 이후였다.

결국 피해자는 시민들이다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언론보도에 잠시나마 기대를 품으며 제품을 샀던 소비자들상승가에 남양유업의 주식을 매입했던 개미들구매한 불가리스는 마실 수라도 있지만 싼 값에 남양유업의 주식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피눈물이 난다.

언론은 정보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그러나 의학 분야에서는 정보를 설명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의학적 지식이 과학적 전제 없이 사실 그 자체로만 전달된다면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시사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재난에서는 속보와 사실 보도뿐 아니라그 사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같이 실리지 않으면 사회에 상당히 혼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국 아래 기자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할 의학 분야에서 가장 게으르게 움직인 탓에전국민이 불가리스에 관심을 가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졌다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자협회에서는 이미 '감염병 보도준칙'을 지난해 4월 만들어두었다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뒤 작성하도록 하라는 내용과 연구자의 관점이 특정 이익 집단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라는 조항이 있다하지만 이번 남양유업 사태에서 두 가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코로나19 첫 공식 확진자 발생 이후 1년 5개월이 흘렀지만 한국 언론은 여전히 감염병을 마주했던 처음에 머물러있다한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통해 지금까지의 코로나19 보도 행태를 돌아보고최소한 국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